아방가르드를 상상하는 경로들: 1960년대 영화 실험 The Paths of Imagining the Avant-garde: On Film Experiments in the 1960s


유필가 Liu Pi-chia 劉必稼_천야오치 Richard Yao-chi CHEN(陳耀圻)

유필가 Liu Pi-chia 劉必稼_천야오치 Richard Yao-chi CHEN(陳耀圻)

대만 스펙트럼 섹션은 2014년 이래로 TIDF의 프로그램이 되었는데, 새로운 시각에서 대만의 다큐멘터리를 살펴보고 평가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이들 작품에 부족할 수 있는 것을 보충하고 새로운 역사적 관점을 수립하여 극영화 중심의 대만 영화사 담론에 개입하고자 했다. 2014년의 테마는 ‘카메라가 사이로 들어올 때'였는데, 이는 카메라 앞과 뒤에 있는 사람들 혹은 사물들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서 다섯 편의 대만 다큐멘터리가 선정되었다. 2016년의 회고전은 ‘다큐멘터리의 색깔은 무엇인가?-”그린 팀” 30주년 기념’이라는 제목으로 열렸는데, 1986년부터 1990년까지 활동했던 ‘그린 팀’의 다큐멘터리 작품들이 중국어와 영어 자막과 함께 상영되었다.

‘그린 팀’의 작품은 그 중요성이 오래 전부터 인정되었지만, 실제로 작품이 배급된 것은 그들이 해체된 후였다. 2016 TIDF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모두들 ‘그린 팀'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었지만, 실제로 작품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작품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불가능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너무나도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그래서 TIDF 2016에서 우리는 ‘공개되지 않은' 작품들의 시각성과 가독성을 높여서 공개하기로 했고, 이를 통해 이들 작품이 관객들에게 노출되고, 새로운 세대가 이들 작품에 대해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랬다. 이는 엄청난 경험이었고, 이때의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서 2018 대만 스펙트럼 섹션이 기획된 것이다.

어떻게 보지 않은 영화에 대해서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이는 우리의 기획에서 가장 큰 주안점이었다. 2018년 대만 스펙트럼 프로그램을 결정하기 전에 우리는 천야오치에게서 그의 학생 시절 작품들이 여전히 UCLA의 텍스트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들었고, 그는 결국 이들 작품을 영화제 기간 동안의 상영기회를 위해서 복원하였다. 이들 작품에는 1963년작 <활쏘는 사람>, 1964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1966년작  <산에 오르다>, 그리고 1967년의 <유필가>가 포함되었다. 천야오치는 <유필가>를 촬영하는 동안 남는 시간에 <산에 오르다>를 촬영하였다. 그는 대만예술대학 학생이었던 황용송, 모우둔페이, 그리고 황구이롱과 함께 신죽산으로 산행을 떠났다. 세 명은 자신의 예술가적 이상과 꿈에 대해서, 그리고 국민당원이 장학금을 받는 법, 그리고 베트남전쟁 등에 대해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계속해서 노래 “캘리포니아 드리밍"이 배경으로 흐르면서 이들의 시대정신에 대한 낙담을 대신 표현해주고 있었다. 졸업 후에 “영화감독이 되느니 죽겠다"고 했던 모우는 1969년에 <나는 감히 당신께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1970년에 <트랙의 끝>을 제작했다. 이 두 작품은 대만 최초의 독립영화 작품으로 기록되었다.

천야오치는 대만에 최초로 ‘계간 극장’을 통해 시네마 베리테 이론(각주1)을 소개한 선구자이자 황화청의 연극 <예언자>의 연출을 맡기도 했다. 계간 ‘극장’은 1965년에서 1967년까지 짧은 기간 동안 발행되었지만 이들 작품을 재발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 잡지는 <고도를 기다리며>와 <예언자>의 상연, 그리고 두 번의 영화 상영회에서 11편의 작품을 상영했다. 현재의 대만 스펙트럼 섹션은 1960년대의 아방가르드 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들 작품의 실제 필름 릴이 사라진 현재 상황에서 계간 극장은 이들 작품에 대해 알려주는 주요 자료다. 실제로 이후 많은 논의들은 계간 극장이 ‘모던/아방가르드/실험' 예술의 삼위일체를 이룬 선구자로 간주하고 있다. 서구에서 건너온 실존주의, 모더니즘, 서구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겠지만, 여전히 질문이 남는다. 이들 영화는 과연  어디서 온 것인가?

산에 오르다 The Mountain(上山)_천야오치 Richard Yao-chi CHEN(陳耀圻)

산에 오르다 The Mountain(上山)_천야오치 Richard Yao-chi CHEN(陳耀圻)

리우다런은 자신의 논평문인 ‘계간 극장의 2년간’(각주2)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계간 극장의 최초 전략은 90% 이상의 분량을 현대 서구 연극과 영화 이론을 번역하고 소개하는데 할애하는 것이었다. 치우강지엔은 심지어 이러한 접근이 향후 10년 이상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는 너무나 뒤쳐졌기 때문이다.

비록 당시에 대만에 소개된 서구 예술영화는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과 프랑스 누벨바그, 페데리코 펠리니와 잉마르 베리만의 작품 등이 전부였지만 정치적 분위기는 전세계 예술영화와의 관계 속에서 대만을 진공상태로 남겨두었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대본을 읽고 이들 영화를 상상하는 일이 더 흔했다. 계간 극장에 참여한 젊은 예술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반 세기 이상이 지난 지금 이들 작품 대부분은 소실되었고, 우리 역시 마찬가지로 여러 자료를 토대로 그들이 만든 작품을 상상할 수밖에 없다. 두 시대를 연결하는 공통된 특징은 바로 ‘보지 못함'과 ‘상상력'이다!

우리는 ‘이중의 상상력’을 통해서 과거를 발견한다. 이러한 ‘이중의 상상력'으로부터 출발하여 우리는 ‘대안 영화' 작품들을 찾기 위해서 여러 역사적인 자료들을 조사하였다. 1960년대에 그들의 동시대 영화란 주류 극영화들로 대만어로 된 상업 영화들이었는데, 충야오의 로맨스 소설을 영화한 작품이나 황메이의 오페라 영화, 그리고 ‘사회주의적 리얼리즘' 성향의 영화들이었다. 우리의 사변과 환상은 어느 정도의 조사 이후에 끝이 나버렸다. 누군가는 다음과 같이 비꼬아 말했다. “진지하게 대만어 영화를 만들고자 한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알고는 있는가?” 당시의 맥락에서 실험영화는 기껏해야 너무 비싼 사치였다. 허우샤오시엔 감독과 접촉을 한 후에 우리는 그가 8mm 필름으로 촬영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만 우리는 에드워드 양 감독이 미국에 영화학과에 지원할 때 8mm 작품을 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현재 남아있지 않다. 대만 영화작가들에게 그들의 초기 작품을 여전히 소장하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실제로 광치 프로그램 서비스의 아카이브를 일일히 조사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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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사진작가 장자오탕이 우리의 조사 작업에 참여했다. 그는 50년전에 촬영한 자신의 8mm 필름 릴을 가져다 주었고 작가이자 디자이너인 량샤오량의 도움을 받아서 작고한 롱스량의 개인 컬렉션에 있는 여러 8mm 필름 릴을 찾을 수 있게 해주었다. 작가 한샹닝 또한 우리에게 자신이 1965년에 촬영한 8mm 필름 릴을 주었다. 디지털 변환과 복원 과정을 거친 후에 우리는 장자오탕의 필름 릴이 1966년의 <현대시전>(각주3)의 푸티지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푸티지는 52년만에 처음으로 <1966년 현대시전>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될 수 있었는데, 여기에는 젊은 시절의 황용성, 모우둔페이, 그리고 황구이롱의 모습이 담겨있다.

상상된 아방가르드, 아방가르드적 상상

위에 언급된 작품들은 애니메이션, 다큐드라마, 다큐멘터리, 극영화, 비디오 아트, 실험영화 등의 장르를 넘나들기 때문에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다. 추상적 관점에서 이들 작품은 창조적 에너지의 급작스러운 분출이며 세계의 다른 영화 운동들과 마찬가지로 고도의 독창성과 선구자적 정신을 담고 있다. 당시의 시대를 감안하면 이 비타협적이고 용기있는 작품들은 1960년대에 독특한 시대정신에 대한 일종의 성찰이다.

이 그룹 상영은 영화작업의 하나의 흐름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에는 당시 젊은 세대가 참여했고 또한 매체로서의 영화에 대한 실험이 이루어졌다. 작품의 다양성은 영화의 정의에 도전하며 또한 현대 영화의 대만적 의미의 경계선을 어느 정도 보여준다. 이제 재발굴된 이들 작품은 1960년대 예술에서의 모더니스트/아방가르드/실험적 흐름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었던 바와 상호작용할 뿐만 아니라 이를 보충하고, 대만 영화사의 빈틈을 메울 것이다.

우리가 이들 작품이 체화하고 있는 맥락과 실험정신을 따라가게 되면 그 아방가르드적 성격이 특정한 유형의 상상력으로부터 태어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큐레이터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이 1960년대 운동은 ‘상상된 아방가르드’라는 특징을 갖는다. 전시를 통해 이 느낌을 재현함으로써 우리 또한 우리만의 ‘아방가르드적 상상'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아마도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1. ‘기록 방법과 그 리얼리즘', 계간 극장 3호 (1965년 8월), pp. 189-196.
2. <중국시보> 예술면, 2013년 8월 29일
3. <현대시전>은 ‘청년문학', ‘현대문학', ‘이시', ‘계간 극장', 네 개의 잡지가 기획하였다. 황용송, 황화쳉, 장자오탕, 롱시리앙을 비롯한 다수의 작가들이 참여하여 자신들이 좋아하는 현대시 작품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였다. 타이페이의 시먼딩 지역에서 원래 열기로 했으나 경찰의 방해로 대만국립대학으로 장소를 옮겼다가 다시 그 안에서 학생회관으로 옮겨서 전시를 했다. 전시는 반나절 동안만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