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 언어의 '유령'과 사운드를 본다는 것

보편 언어의 ‘유령’은 오랫동안 무성 영화의 정신을 사로잡았다. 나는 특히 예술가인 바이킹 에겔링 Viking Eggeling과 한스 리히터 Hans Richter가 추상적 사전 즉 ‘시각적 알파벳’을 고안해 냈던 1917~19721년의 시기에 대해 생각한다. 에겔링은 당시 이 사전을 “회화의 통주저음 basso continuo de la peinture”이라 불렀는데, 이는 족자형태의 길고 좁은 종이위에 원시적 형태의 유형학의 원리에 따라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그래픽적 드로잉을 나열한 것이었다. 그것은 리히터가 보편적 통사론을 형성하기 위해 찾고자 했던 즉 “낙원의 언어"와 같은 것에 다름아니었다. 한자를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스 리히터는 이탈리아의 작곡가인 페르초 부조니Ferruccio Busoni와 함께 대위법 테크닉을 연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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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Méditerranée)>, 그리고 텔 켈 Tel Quel 1960-1983 그룹 _앤드류 리치 Andrew Ritchey

<지중해>를 다시 보면서, 나는 이 영화가 1960년대 동안 그것을 둘러싸고 소용돌이 쳤던 개념과 분류의 범주를 넘어선다는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중해>는 보다 적절하게는 데리다적 의미에서의 글쓰기이다. 홀린 듯한 트래킹 샷의 모호한 움직임, 느린 패닝과 귀에 거슬리는 음악, 상징적으로 끌어 내어진 형상, 그리고 주술적인 보이스-오버를 통해 순수한 이론적 개념의 정적인 견고함을 넘어서면서 말이다.

폴레의 영화는 영화에 관한 담론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영화 이론의 역사에서 엄청나게 영향력 있고 중요한 전환을 불러 일으키면서 말이다. <지중해>는 텔 켈 그룹의 사유의 움직임과 함께했다. 텔 켈 그룹은 1960년대와 그 이후의 문학 이론과 영화 이론의 길을 정초하기 위한 반론의 여지 없는 주장을 펼쳤고 이는 레프트 뱅크에 모여든 그룹과는 대립하는 영화의 모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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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우 레이스 António Reis와의 인터뷰 (세르주 다네 Serge Daney & 장-피에르 우다르Jean-Pierre Oudart 1977년 5월)

나는 민족지적인 보기의 방식이 악하다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민족지는 사후적으로 나타나는 과학이기 때문이죠. 마찬가지로, 우리는 북동부의 사람들을 그림 같은 풍경으로, 혹은 종교적인 관점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분명 이 지역의 켈트 문학 등에 의해 제기된 인류학적 문제들이 관심이 많았습니다. 우리는 장 마르칼(Jean Markale, 프랑스 작가: 편집자주)을 다 읽었어요. 왜냐면 켈트가 아직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었죠. 우리는 이베리아 건축을 공부했는데 그 지역의 주거 건축은 그 세대에 지어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건 언제나 선택과 강조라는 목적에서였습니다. 만약 풍경을 오직 “아름다움”의 관점으로만 읽는다면,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풍경의 아름다움, 풍경의 경제적인 측면, 풍경의 지리학적-정치적 측면을 한꺼번에 읽는다면 그것은 그 풍경의 리얼리티입니다. (안토니우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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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다니엘 폴레(Jean-Daniel Pollet)와의 대화 1969년 11월

비평가에 의하면 장-다니엘 폴레는 저주받은 영화감독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꼬리표는 지금까지 어떠한 경우에도 사용되지 않았다. 관객의 시선을 제한하는 영화배급의 거절만 아니라면 사실, 존재하는 흥미롭고 새로운 영화는 배급이 잘 안 되는 젊은 영화감독에게서 나온다. 우리는 앤디 워홀 Andy warhol, 필립 가렐 Philippe Garrel, 셜리 클락 Shirley Clarke이 영화를 찍는다고 해서 저주받은 영화감독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 저주가 있더라도 관객은 이들의 영화를 보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책임이 없다. 문제는 관객을 이해력이 부족한 소양없는 대중이라고 간주하는 부조리한 비평가들이 초래한 배급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시스템의 문제 때문에 폴레는 그의 첫 장편 ‹조준선La ligne de mire(Line of Sight)›(1960)을 파기했다. 현재 시스템은 주변부의 작가를 다시 소환하고 있다. 그들을 저주받은 작가라고 부르거나 ‘예술과 시도’라는 공간의 격리된 거주지에 가두면서 말이다. 현실적인 제약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감독들은 그들이 저주 받지 않았고 자유롭다는 사실을 지속적인 영화 만들기를 통해 증명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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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시네마'와 오늘날의 16mm 영화제작 'Personal Cinema' and 16mm film today

이제 필름(나는 ‘필름’을 대문자 F로 적으며 비디오와 차별화할 것이다)은 산업적인 예술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영화평론가이자 이론가인 존 플라우스John Flaus는 때때로 필름은 인류 최초로 등장한 예술 형태라고 주장한다. 하나의 산업적 예술로서(기계 시대에 의존하는) 내가 느끼기에 '퍼스널personal'은 내가 기계-안으로 침입하거나 또는 기계가 내 안으로 틈입하는 내적 감각이다. 필름을 통해 나는 손과 기계의 관계를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손과 붓이 비슷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숙련된 화가는 어떻게 붓을 집어야 하는지, 어떻게 캔버스를 가로지르며 페인트를 움직여야 그들이 본 것을 표현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이런 인식은 붓을 어떻게 손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경험하는 것을 통해서 훈련되는 것이다. 붓은 그들의 한 부분이자 그들은 붓을 통해서 세계를 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들의 눈과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눈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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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체르카스키 <빛과 사운드 장치를 위한 입문 Instructions for a Light and Sound Machine>

이 작품에 앞서 만들어진 시네마스코프 삼부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체르카스키는 특유의 밀착인화기법(contact printing method)을 사용해 지적인 동시에 정서적으로 충격적인 효과를 창출해내고 있으며, 처음으로 공인된 고전 영화를 작품의 원재료로 사용했다. 테렌스 영의 지루하게 긴 합스부르크 멜로드라마 <마이엘링>(1968)을 영화적 스펙터클의 본질에 관한 훌륭한 2분짜리 에세이로 요악하고(<도착>), 시드니 j.퓨리의 컬트 호러물 <엔터티>(1981)을 거장다운 솜씨로 정신분석학적 텍스트로 바꿔놓은 뒤(광란적인 <외부공간>)과 보다 멜랑콜릭한 <드림 위크>, 이 두 편의 영화는 밀착인화기법의 선구자 만 레이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체르카스키는 <...입문>에서 세르지오 레오네의 스파게티 웨스턴 <석양의 무법자>(1966)를(그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낭만적 서부극을 그리스 비극으로 변형” 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영화의 독특한 자기반영적 스타일은 체르카스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이때의 비극의 주인공 역할은 엘리 왈라치의 이미지에 할당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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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GJU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