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야마 준이치 Okuyama Junichi에 관한 노트

*아래의 짧은 두 단락은 2015년 EXiS를 통해 소개된 오쿠야마 준이치의 회고전과 관련된 짧은 프로그램 노트와 오쿠야마가 그의 역사적 퍼포먼스 <휴먼 플릭커 HUMAN FLICKER>(1975)를 위해 준비한 글이다. 

‘소멸 영화’, ‘일회용 영화’와 같은 오쿠야마의 독특한 영화적 실천은 필름 물질의 개념적 확장에서 출발한다. 일상적 대상을 필름과 함께 스플라이싱하고 프라이팬에 볶아 가공한 (1969), 퍼포레이션이 없는 필름을 영사기에 통과시키고 재촬영해 만든 < 노 퍼포레이션 No Perforations>(1971), 종이로 필름을 만들어 영사한 (1972) 등은 그의 영화적 아디이어의 핵심적 측면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는 필름의 생산을 제외한 모든 과정을 감독이 진행하는 원시영화적 Proto-Cinematic 실천을 중요하게 간주한다. 수제 영화제작 방식이 가진 아방가르드 영화의 전통과 홀리스 프램튼과 같은 메타역사가적 태도, 문자 그대로 음식물이 영화의 재료가 되는 토니 콘라드 Tony Condrad 의 대표적인 요리 영화 퍼포먼스 (1973), 루이스 레코더 & 산드라 깁슨 Sandra Gibson & Luis Recorder 의 < 라이트 스필Light Spill>(2006)등이 대표적으로 그의 일관된 영화제작 방식과 미학적 태도와 연결점을 찾을 수 있는 것들이다. 한편으로, 오쿠야마는 잠상(latent image)이 가시화하는 어두운 방인, 암실을 신출귀몰한 유령지대라 규정하고, 필름이 가진 물리화학적인 다층적 의미를 파악하기 위한 여러 작품을 제작했다. 주로 후기 작업에 해당하는 작품이 이런 경향의 대표적인 작품인데 (1994), (2002), (2015)이 그러하다. 그는 여러 장치의 앙상블로 구성되는 영화의 개별 요소인 필름-카메라-현상-인화-프로젝션과 같은 일련의 과정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오작동 malfunction, 비정상 abberation 적인 상황을 끊임 없이 열어 젖힌다. 이렇게 발견되는 필름의 이종성 heterology 은 그의 작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제기되는데, 예를 들면 색에 대한 개념이 그러하다. (1972)에서 색은 열에 의해서, (2008)에서 현상액은 물감으로, (1970)에서는 흑백필름을 현상도중에 손톱으로 긁어서 벗겨진 이멀전으로 색을 드러낸다. 색채는 이런 작품에서 물질적 파편과 흔적, 소멸의 흔적에 가깝다. 또는 프레임 라인에 관한 대표적인 작품인 (1988), 그리고 오쿠야마의 가장 독특한 사고방식을 읽을 수 있는 (1982)에서는 일반적인 영사상의 오류인 프레임 라인 조절의 실수, 릴 교체시의 이중영사 등 동시상영관에서의 영사상 오류에 대한 경험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하고 있다. 그는 이 작품의 제작 목적이 “오류가 없는 완벽한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역설적으로 이미 오류로 가득한 이미지, 조정불가한 상태를 전면에 내세운다. 오쿠야마의 필름퍼포먼스 (1975) 는 카메라와 영사기의 셔터의 역할을 감독이 직접 수행하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영화를 바라보는 인간의 ‘눈’이 스크린에 시각화되고 이 이미지는 감독이 입고 있는 옷, 그리고 영사기 렌즈를 가로막는 부채 위에도 동일하게 관객의 눈에 드러난다. 감독은 자신의 퍼포먼스에서 스스로 ‘관객’이자 셔터의 역할을 하며 시각적으로 리듬을 만들어 가는 ‘장치’의 역할을 한다. 이때의 감독의 위치는 더 이상 영사기 뒤가 아닌, 앞에서 자리한다. 이 밖에도 그는 라이브 페인팅, 나레이션 등을 함께 진행하는 실황 영화와 다양한 포맷의 필름 스트립과 옵티컬 사운드 헤드를 이용한 영사 행위가 연주 행위가 되는 여러 퍼포먼스 작품을 발표해왔다. 필름의 물질성과 매체특이성에 천착한 그의 대부분의 작품은 영화의 원초적 원형에 가깝다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원형적 성격의 작품이 시대를 뛰어 넘는 이유를 나는 (1980)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필름 위에 직접 밀착 인화를 하는 레이오 그램 방식과 옵티컬 사운드와 이미지와의 관계를 탐구한 작가들은 만 레이로 부터 노먼 맥클라렌, 가이 셔윈 그리고 최근의 피터 체르카스키에 이르기 까지 너무나도 다양하지만, 이 작품의 경이로운 지점은 X선 촬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사물의 내밀한 패턴을 발가 벗기고 사물로 “인간의 소리”에 다가서는데 있다. 통합적 사운드를 지향하며 사운드-이미지의 체계적 구조화를 지향했던 역사적 실천을 가뿐히 넘어서는 자유로움으로, 우리에게 필름이 얼마나 직관적이며 그 무엇으로도 접속이 가능한 투명한 매체(경로)였는지 설득력있게 보여준다.(이행준)

 

휴먼 플릭커 HUMAN FLICKER 오쿠야마 준이치 Okuyama Junichi Japan / 1975 / B&W / Optical / 10min / 16mm dual projection

휴먼 플릭커 HUMAN FLICKER 오쿠야마 준이치 Okuyama Junichi
Japan / 1975 / B&W / Optical / 10min / 16mm dual projection

1975년 초연되었으며, 두 대의 영사기와 감독이 부채 두 개를 들고 영사기 렌즈를 번갈아 가면서 가리는 형태의 퍼포먼스이다. 감독 스스로의 신체적 간섭이 셔터 역할을 하게 되고, 그 움직임에 따라서 스크린 위의 이미지 역시 달라지게 된다.

"휴먼 플릭커"
안녕하세요? 지금부터 보여드리는 작품은 1975년 신주쿠의 야스다세이메이 홀에서 초연되었던 필름 라이브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주제는 영사기의 셔터입니다.
영화 필름의 프레임(코마)와 프레임 사이에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 셔터는 연속하는 사진 띠의 움직임을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하는 것으로, 옛날 일본 인형극 등에서 검은 옷을 입고 무대 위에서 인형을 조작 했던 사람, 다시 말해 보이지는 않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사용되는 "쿠로코(Kuroko 黒子)"라 할 수 있습니다.
셔터는 영사기에서 나오는 빛의 줄기를 절단하여 규칙적인 암흑의 시간을 만들어 냅니다.
실재하는 상영시간의 절반이 되는 셔터의 시간.
그러나 우리는 스크린위에서는 셔터 그 자체를 볼 수 없습니다. 그것은 의식했을 때만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셔터의 존재를 강하게 부각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통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셔터를 보이도록 한 것입니다.
두 대의 영사기 앞에서 부채를 교차로 움직이며 인간-셔터가 되는 것입니다.

HANGJU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