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13일 목요일, 제14회 EXiS 개막식

제 14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EXiS 개막식이 7월 13일 목요일 저녁 7시 한국영상자료원 2관에서 개최되었다. 배우 류선영과 방송인이자 문화비평가 안재우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은 박동현 집행위원장의 개막사와 함께 일주일간의 일정을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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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iS 2017 개막식의 첫 개막공연으로는 2014년 부터 10년을 약속하고,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스탠 브래키지Stan Brakhage 회고전의 일환으로 <단테 콰르텟The Dante Quartet>의 상영과 이에 영감을 받아 안상미가 작곡한 곡 '존재의 노래 existence is song' 화음畵音챔버오케스트라 Hwaum Chamber Orchestra의 라이브 퍼포먼스로 선보였다.

브래키지의 이 작품은 완전한 추상작품으로 기법이나 다양한 포맷을 사용하여 10분이 되지 않는 짧은 작품임에도 오랜 시간동안 제작된 작품이다. 명확한 스토리 없이 어지럽게 움직이는 색채와 명확히 구분된 섹션에 따라 달라지는 화면의 비율에 따라 자유롭게 변화되는 음악은 원래 이 작품이 사운드 없이 상영되는 작품임에도 관객에게 사운드와 이미지의 조합이 전혀 낯설지 않은 것으로 다가갈 수 있게 했다.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바리톤이 읊는 시는 객석 가득 찬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선사했다. 화음챔버오케스트라와 무빙이미지 포럼은 이미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16년 겨울에도 다른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현대음악과 실험영화의 관계를 제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할 예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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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개막 공연으로 호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리차드 투오이와 다이애나 배리Richard Tuohy & Dianna Barrie의 필름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세 대의 프로젝터에서 돌아가는 루프 필름과 두 개의 필름 스트립을 겹쳐 로딩하는(bi-packing) 방식으로 인해 요구되는 일종의 영사기의 연장도구로 롤러(hanging roller)를 사용하는 <기계 안에서Inside the Machine>라는 제목의 퍼포먼스에서 두 작가는 환상적인 호흡으로 '기계와 기계' '신체와 신체' 그리고 '신체와 기계'의 상호작용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기계 안에서>의 퍼포먼스는 느슨하게 짜여진 세 파트의 대본을 따라 진행된다. 첫번째 파트에서는 각기 다른 두 대의 프로젝터가 수평으로 그어진 이미지를 투사하여 반복적으로 교차되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후 작가에 의해 옮겨진 프로젝터에 의해 투사된 이미지는 서로 간섭하고 교차하며 크로스해치로 가득찬 스크린을 관객들 앞에 선보인다. 이 퍼포먼스의 하이라이트자 마지막 파트인 퍼포먼스의 세 번째 부분에서 투오이와 배리는 영사기 앞에서 손을 즉흥적으로 움직임으로써 또 다른 차원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어지럽게 교차하는 루프 이미지와 옵티컬 사운드, 그리고 그 위에 덧씌워진 작가의 즉흥적인 움직임은 관객들로 하여금 시네마의 작동 방식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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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서로 EXiS2017의 회고전 프로그램의 일부인 브루스 코너Bruce Conner<크로스로드Crossroads>를 상영하였다.

“오퍼레이션 크로스로드”는 1946년부터 1958년까지 비키니 산호섬에서 이루어진 23번의 핵실험 중 첫 두 개의 실험에 붙여진 이름이다. 두 번 모두 TNT 2천 3백만 톤 규모의 실험이었고, 이는 나가사키에 투하된 폭탄과 동일한 규모였다. 700대 이상의 카메라를 사용하고 5백명 이상의 오퍼레이터가 카메라를 조작하였다. 전세계 필름 총량의 절반 정도가 비키니에서의 핵실험에 사용되었는데, 그 결과 이 폭발실험은 역사에서 가장 철저하게 영상으로 기록된 순간이 되었다. 코너는 비밀해제된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의 1946년 7월 25일 비키니 산호섬 “베이커 데이” 수중 핵실험의 푸티지에 매료되었고, <크로스로드>에서는 코너가 이 핵실험의 폭발을 기록하는 다양한 속도와 거리, 그리고 공중, 수상과 지상으로 이루어진 스물세 장면들의 푸티지를 편집해 패트릭 글리슨Patrick Gleeson테리 라일리Terry Riley의 이중 악보와 결합하여 파괴적인 장면을 큐비스트적인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켰다.


이렇게 EXiS 2017의 개막식이 끝났다. 영화제의 스탭들과 운영위원, 심사위원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자, 또 동료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고자 영화제를 찾아주신 국내외 수 많은 작가들 그리고  무엇보다 두시간 가까운 긴 시간동안 개막식을 찾아주신 관객들은 극장을 빈 자리 없이 채워주신 관객분들 덕분이 더 뜻깊은 시간이었다.

7월 13일부터 15일까지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 2관과 아트센터선재에서 진행되는 EXiS 2017은 풍성했던 개막식을 시작으로 경쟁부분과 기획부분, 회고전 그리고 아시아포럼을 선보인다. 작가,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좌석이 모자라 극장 뒤에 서서, 통로에 앉아 한 마음으로 응원해주신 관객들의 환대만큼 알찬 프로그램으로 선보일 EXiS의 2017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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