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10일 일요일, Indi-Visual 요한 루프

요한 루프(Johann Lurf)는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실험영화감독이다. 그는 공간과 필름을 재구성하고 분석하기 위해 무빙이미지를 사용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가 지금껏 해온 작가적 실천은 구조 영화의 범주 내에서 진행되어온 관찰과 다큐적 영화제작 그리고 영화 언어 자체에 강하게 개입한 파운드 푸티지와 관련 지을 수 있다. 그의 영상 작품은 여러 뮤지엄에서 전시되었으며 국제적 영화제에 소개되었다.

2016년 7월 10일 일요일 서울국제실험영화제의 Indi-Visual 섹션에서는 요한 루프의 6작품을 제작 연도 순서대로 상영한 후, 작가와의 GV를 진행했다. 요한 루프의 작품 세계와 작업 방식을 비롯하여 각 상영 작품의 세부적인 정보에 대한 작가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Q. 작품 전반에서 실재하는 장소 혹은 영화 이미지의 장소라는 두 가지 측면이 중요하게 각인이 된다. 그러한 형식적인 부각을 통해서 관객의 장소에 대한 지각을 변화시키기를 원한다고 생각되었다. 특히 <정찰 Reconnaissance>이나 <엠바고 Embargo>에 나타나는 장소는 정치적인 맥락이 강한 곳이기도 한데, 이러한 장소의 선택에 관한 설명을 듣고 싶다.

A <정찰 Reconnaissance>과 <엠바고 Embargo> 두 영화에 나오는 장소는 유사하다. 이 장소들을 매우 느린 카메라 움직임을 통해 촬영했다. 나는 이를 통해 군사적 의미를 지닌 공간을 보여주고 싶었다. 첫 번째 작품 <정찰 Reconnaissance>은 무기 실험 장소를 촬영한 것이고, <엠바고 Embargo>는 탱크, 총, 다양한 군사 운송 수단을 생산하는 무기 공장을 촬영했다. 내가 무기 산업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 명의 평화주의자로서 무기 산업에 규모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었다. 나는 이러한 군사적 공간들관찰하고 장소에 대한 지각을 변화시키기 위해 군사용 카메라 테크닉과 비슷한 카메라 테크닉을 사용하여 이것들을 촬영했다.

<현기증적 쇄도 Vertigo rush>에서는 다른 장소를 선택했고, 카메라 테크닉을 사용해서 장소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고 했다. 나는 계속해서 영화 카메라가 우리의 지각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탐구해왔다.

 

Q <현기증적 쇄도 Vertigo Rush> 사운드가 굉장히 저음으로 시작되었다가 증폭된다. 연출된 효과인가? 영상과 사운드의 관계, 사운드 연출 작업에 대해 알고 싶다. 마지막 작품 <12개의 이야기 Twelve Tales Told>의 사운드 역시 강렬했다. 협업을 통해 사운드를 작업하는가?

A <현기증적 쇄도 Vertigo Rush>의 사운드 구상은 몸으로만 느낄 수 있는 매우 낮은 주파수의 저음에서 시작해서 점점 증가시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20hz이하에서 시작하여 60hz까지 도달하게 하는 간단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사운드 역시 영화의 컨셉의 일부였는데 매우 간단한 음으로 음악가인 지인에게 부탁해서 만들었다. 굉장히 단순한 모노톤의 음향이지만 낮은 저음을 사용했기 때문에 작품이 상영되는 공간마다 다른 효과가 나는 것을 의도했다. 이를 통해 관객은 영화를 관람하는 장소에 대한 지각을 얻을 수 있다.

마지막 작품 <12개의 이야기 Twelve Tales Told>은 내가 꿈에서 얻은 영감을 가지고 만든 영화였다. 2주 동안 작품을 구상하고 편집하여 만들었다. 작업 과정은 이미지를 편집하는 과정보다는 음을 가지고 작곡하는 과정에 가까웠다. 작곡의 의도에 맞게 소리가 있는 이미지를 찾아가며 직접 작업했다.

 

Q 파운드 푸티지를 사용한 작품과 직접 촬영한 작품 간의 차이가 선명했다. 직접 촬영한 푸티지는 매우 연속적이고 일정했는데, 파운드 푸티지를 사용한 작품은 파편적이었다. 파운드 푸티지 작업을 할 때의 특별한 방식이 있는지 궁금하다.

A 파운드 푸티지 작업을 할 때, 나는 내가 사용하려는 푸티지 자체의 구조와 내용 등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직접 촬영한 푸티지를 가져와서 작업을 하는 것도 일종의 파운드 푸티지 작업 과정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촬영한 푸티지의 이미지를 분석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작업 과정에서 두 가지 방식 간에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오늘 상영한 작품들 간에는 차이가 두드러졌다고 생각한다. 파운드 푸티지를 사용한 작품의 경우 훨씬 더 이미지가 조각난 것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이것은 내가 의도한 것은 아니다. 작업 과정에서 파운드 푸티지를 이해하고 재조합하기 위해 노력한다.

 

Q <현기증적 쇄도 Vertigo Rush>와 <12개의 이야기 Twelve Tales Told> 두 작품을 보면, 기존 아방가르드 영화 역사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 같다. 특히 오늘 작품을 보며, 마이클 스노와 브루스 코너의 작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작업을 시작했을 때, 오스트리아 실험 영화 역사에 의해 어떠한 영향을 받았는지 혹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A 오스트리아 실험 영화는 5-60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그 역사가 매우 길다. 오스트리아의 많은 아티스트들은 실험 영화 작업을 해왔다. 오스트리아 영화 박물관에서는 정기적으로 실험 영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Sixpack film이 배급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실험 영화의 세계는 매우 넓고 열려있는 영역이고, 그것이 내가 실험 영화 작업을 계속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 아방가르드 영화의 계보 안에서 내가 어디 있다고 규정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1980-1990년대의 TV, 인터넷, 영화, 피아노 음악, 전자 음악 등 다양한 원천으로부터 영향을 받았고 계속 도전하고 싶다.

 

Q 작품을 보면서 편집에 대해 이해하려 했다. HD, mm, DCP 등 여러가지 포멧을 사용하고 있는데, 전반적인 편집 패턴, 공통된 작업 방식이 있는지 궁금하다. 음악은 편집된 건지 실시간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A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하겠다. <현기증적 쇄도 Vertigo Rush>는 카메라 효과만을 이용했다. 계속된 움직임의 과정에서 각 프레임의 노출 시간을 계속해서 늘렸다. 말하자면 이 작품은 프로그램 카메라 내에서 노출을 서서히 증가시키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일종의 증가하는 타임 랩스(Time lapse)이다. 촬영 후 특별한 효과를 주기 위한 편집 과정은 거의 없었다. <정찰 Reconnaissance>과 <엠바고 Embargo>도 마찬가지인데, 나는 매우 긴 렌즈의 카메라를 서서히 움직이며 촬영했다. 이러한 카메라의 움직임을 통해 레이어들이 천천히 분리되는 효과를 냈다. Live manipulation과 관련해서, 나는 사실 시각적인 효과나 변화를 주는 것에 큰 관심이 없다. 파운드 푸티지를 사용할 때도 나는 최대한 푸티지 그 자체를 사용하고 편집을 최소화하려고 합니다. 나에게 편집은 푸티지에 대한 간섭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인데버 우주 왕복선 Endeavor>과 <12개의 이야기 Twelve Tales Told>에는 이해하기 쉬운 하나의 리듬, 하나의 패턴 구조가 있다. <인데버 우주 왕복선 Endeavor>은 3초, 11프레임마다 영상을 잘라 이어 붙였고, <12개의 이야기 Twelve Tales Told>는 12개의 다른 로고 영상을 5프레임마다 끊어서 이어 붙였다. 두 작품 모두 원래의 리듬을 바꾸지 않고 이어 붙이는 작업 방식을 통해 생겨나는 그 자체적으로 생성되는 패턴을 사용했다. 나의 개입이나 편집을 최소화하려 노력했다.

 

Q 파운드 푸티지를 일정한 프레임 단위로 분할하여 음악적인 리듬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그러한 프레임의 단위는 어떻게 찾는가?

A 편집을 시작하기 전에 멜로디와 구성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미지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을 만큼 느린지, 그리고 단 하나의 음을 만들어 낼 만큼 빠른지 그 단위를 찾으려 노력한다. 보통 편집을 시작하면, 그것은 굉장히 정확해진다. 예를 들어 <12개의 이야기 Twelve Tales Told>를 편집할 때 나는 4프레임으로 시작했는데 리듬이 맞지 않아서 5, 6, 7, 8 프레임으로 숫자를 늘려 보기도 하며 단위를 찾아냈다. 일반적으로 원래의 추측이 정확하지만, 작업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조정하는 편이다.

 

Q 요즘 일본에서 하고 계신 작업이 흥미로운데 지금 하고 있는 작업에 관해 설명 부탁드린다.

A 밤하늘에 관련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 2년 전부터 파운드 푸티지 작업을 해왔다. 영화 역사에 등장한 모든 밤하늘 장면을 수집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카메라로 촬영이 불가능해서, 직접 연출해야 하는데 영화의 역사에 등장한 많은 다양한 밤하늘을 모아서 연대기순으로 보여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지난 3개월 간은 일본에 머물며, 일본 영화사에 등장하는 밤하늘 장면을 수집하였고, 현재 한국에 방문하면서 한국 영화 아카이브에서 밤하늘 장면을 찾고 있다. 현재까지 약 40분 길이의 영상을 만들었고, 1년 더 작업을 해서 작품을 완성할 것이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 중 별이 빛나는 밤하늘 장면이 등장하는 한국 영화를 기억하고 계시면 저에게 도움을 좀 주셨으면 좋겠다. (웃음) 일단 <용가리>에 등장하는 밤하늘은 확보했다.

 

마지막으로 요한 루프는 두 번째로 상영한 작품의 <게으른 개 위를 뛰어 넘은 재빠른 갈색 여우 The Quick Brown Fox Jumps Over the Lazy Dog / Austria / 2009 / Color / Dolby A / 3min / 35mm>제목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이 작품에 각 언어 별로 팬그램을 활용한 여러가지 제목을 붙였다. 요한 루프는 이 영화는 영화사 전반에서 가져온 다양한 이미지를 사용했고, 알파벳의 모든 글자를 활용한(팬그램) 일종의 언어 유희적 제목을 붙이길 원했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요한 루프는 한국어 팬그램을 이용한 재치 있는 작품 제목을 준비해왔다. <키스의 고유 조건은 입술끼리 만나야 하고 특별한 기술은 필요치 않다.>

 

*상영 작품의 정보는 아래와 같다.

<현기증적 쇄도 Vertigo Rush / Austria / 2007 / Color / Mono / 19min / 35mm>

<게으른 개 위를 뛰어 넘은 재빠른 갈색 여우 The Quick Brown Fox Jumps Over the Lazy Dog / Austria / 2009 / Color / Dolby A / 3min / 35mm>

<인데버 우주 왕복선 Endeavour / Austria / 2010 / Color / Stereo / 16mm / SD>

<정찰 Reconnaissance / Austria / 2012 / Color / Silent / 5min / HD>

<엠바고 Embargo / Austria / 2014 / Color / Stereo / 10min / HD>

<12개의 이야기 Twelve Tales Told / Austria / 2014 / Color / Dolby A / 4min / DCP>

제시된 작품의 정보와 사진은 모두 상영 순서와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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