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9일 토요일, EX-Now 6 + GV

7월 9일 토요일 국내 경쟁 부문 EX-Now 6 상영 후, 임철민 작가와의 GV가 진행되었다. 작품에 대한 질문, 답변, 영화에 대해 개인적으로 느낀 점들을 자유롭게 나누는 시간이었다. 임철민 작가의 작품 빙빙<B-ing B-ing / Korea / 2016 / color / stereo / 26min 37sec / HD>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Q 영화 제목이 빙빙(B-ing B-ing) 인데, 제목에 대한 설명이 궁금하다.

A 이 영화를 어떻게 시작했는지 먼저 말해드려야 할 것 같다. 작년에 파트타임스위트로부터 ‘멀티 스크린 싱크로나이즈드 뮤직비디오 상영회’라는 제목의 프로젝트를 제안 받았다. 파트타임스위트가 제작한 50여 분의 음악 위에 다섯 작가가 개별적인 타임라인의 영상을 제작, 유동적으로 계획하여 동시에 상영하는 프로젝트였다. 그렇게 시작해서 영상을 제작하고 5월에 문래예술공장에서 상영했다. 이 영화도 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이 되었다. 처음에 도시에 대해서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를 한 상태에서 개별적으로 작업에 들어갔다. 저는 저의 친구들을 쫓아다니며 주변의 이미지를 채집했다. 채집을 하는 과정에서 도시의 움직임, 떠도는 이미지들을 보게 되었고 그것들을 위주로 촬영했다. 편집을 하면서 좀 더 움직임에 집중하게 되었고, 그래서 제목도 빙빙으로 정했다. 빙빙은 빙글빙글 돌아가다는 의미에서 가져온 단어이다.

 

Q 그럼 이 영화는 원래 멀티스크린 상영이었는가? 스크린의 배열은 어땠는가?

A 그렇다. 총 다섯 채널의 멀티스크린 상영이었다. 저와 파트타임스위트 문세린, 존 토레스, 이윤호 다섯 작가의 작품을 한 공간에서 다섯 개의 스크린에 동시에 상영했다. 스크린의 배열은 가로로 네 개의 스크린, 그 옆에 세로로 이윤호 작가의 작업을 상영했다.

 

Q 여러 개의 작품을 하나의 공간에 멀티스크린 상영을 하여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한 과정이 궁금하다. 각각의 작품을 잇기 위한 접점, 조율 과정에 대해 알고 싶다. 처음에 모티브만 공유하고 완전히 따로 작업, 완성하여 프로젝션을 한 것인지, 아니면 작업 과정 중에 조율이나 서로 참여했던 것인지 알고 싶다.

A 처음에 그냥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을 때, 촬영을 시작했다. 음악을 공유하고 음악을 중심으로 해서 영화를 제작하는 계획이었는데, 나는 미리 촬영을 시작했다. 다른 작가들은 또 다른 방식으로 작업을 했다. 그러던 중 음악을 공유했다. 만드는 과정에서 중간중간 같이 공간에 모여 각자의 작품을 상영해보기도 하고 함께 2차적으로 편집을 하기도 했다.

 

Q 이전에는 어떤 작업들을 했나?

A 이전에 <PRISMA>라는 중편 작업을 했다. 2013년도에 서울국제실험영화제에서 상영을 했다. 그 작품은 내가 영화를 시작하면서 주변에 맴도는 이미지들을 가지고 작업했다. 영화에 대한 질문을 다루는 작업이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당시 저는 극영화 시나리오를 썼었고 프로덕션 과정에 있었다. 그 과정의 줄기에서 맥을 다 걷어내고 실패했던 과정이나 NG 장면들, 인코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들, 그리고 제가 촬영하지 않은 주변 지인들의 영상들까지 모아 그 안에서의 흐름이나 리듬을 찾아가며 영화를 만들었다. 그렇지만 완전히 우연성에 기댄 작업은 아니었고, 내가 계획한 어떤 틀 안에서 작업을 진행했다.

 

Q 설명을 들어보니 이전 작품과 이 작품 간의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의도된 일관성보다는 우연성이나 협업 과정에서 생기는 변수들이 이 작품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라고 생각된다. 작업을 하실 때 그런 부분들을 염두에 두는 이유가 있는가?

A 특별한 이유라기보다는 내가 관심이 있는 부분인 것 같다.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서 영화가 나아가는 방향에 차이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그 사이의 어떤 것들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번 작업에서도 원래 계획했던 것에서 벗어난 상황들을 즉각적으로 받아들이고, 거기에서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들을 하며 작업했다.

 

Q 이전에 극영화 작업도 했다고 들었다. 극영화 작업 같은 경우에는 보통 시나리오, 콘티 등을 정해놓고 계획에 따라 진행하는 작업인데 반해, 지금 하시는 실험 영화, 영상 작업은 그렇지 않은 측면이 더 강하다. 이로 인해 두 영화 간에 차이점이 있는가?

A 차이가 굉장히 많은 것 같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영화를 완성했을 때 제가 만들어서 꺼내보고 싶었던 것들이 결국에는 이런 것이구나라는 느낌은 똑같다. 방법이 다를 뿐이지 결과적으로 도출되는 것들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Q 도시에 떠도는 이미지들을 채집하셨다고 했는데, 혹시 그 이미지들이 집중된 지역이 있는가?

A 처음 회의를 하고 도시라는 키워드를 받았을 때, 그 때 당시 나는 이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카메라가 고장 났다. 예전에 쓰던 카메라를 찾으러 고향에 내려가던 중 친구들한테 연락을 하면서 영화가 시작 되었다. 예전 도시화의 과도기를 공유했던 친구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서 카메라를 가지고 친구들을 만나면서 친구들 주변 이미지를 촬영했다. 주로 경남 창원에서 촬영했고, 수원, 서울 등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촬영했다. 친구들이 일하는 공장, 이동 중의 네비게이션, 수원역에 도착했을 때, 디스코 팡팡을 타고 있던 모습 등을 촬영했던 것을 사용했다.

 

Q 작품 시놉시스를 읽고 시간과 공간에 중점을 두고 영화가 구상되었다고 생각했다. 작업하실 때 서사가 먼저 구축된 상태에서 이미지와 사운드를 채집했는지 궁금하다.

A 역순이었다. 처음부터 서사를 만들고 시작한 영화는 아니었다. 그냥 친구들을 만나고 공간에 가면서 카메라를 가지고 갔을 때 보이는 것들을 찍었다. 찍다 보니 움직임이 눈에 띄었고 가상의 것들 현실과 꿈, 안이나 밖, 밤과 낮 등과 같은 것들이 저에게 다가왔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중심으로 촬영했다. 처음부터 계획되었던 것은 아니고 촬영 중에 재미있다고 생각한 이미지들을 위주로 찍었고, 최종적으로도 움직임이나 연결, 공간들이 돋보이도록 편집했다.

 

Q 전체적으로 영화에 초록색이 지배적으로 쓰였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유가 있나?

A 촬영을 하면서 창원에 내려가 도시를 카메라로 훑으면서 네온의 초록색 빛깔이 굉장히 죽은 것처럼 느껴졌다. 일반적으로 초록색은 자연과 생명을 상징하는 색이기도 하고, 네온의 색이 화려하고 밝고 현란하게 반짝였다. 그런데도 죽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촬영이 된 푸티지들 중 녹색으로 촬영된 이미지들이 많았고, 당시에도 그런 색을 집중하여 촬영하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편집에서 컬러에 대한 것들을 묶었다. 촬영을 하며 느꼈던 직관을 영화 전체에 있어서 색의 모티프로 활용하고 싶었다.

 

Q 작품을 보면서 사운드의 공간과 이미지의 공간을 별도로 인식하고 의도적으로 일치를 배제했다고 느꼈다. 사운드 트랙과 이미지 트랙이 일관되게 불일치한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의도한 것인가?

A 음악을 제작을 하던 중에 이미지 촬영을 시작했고, 음악이 완성되기 전에 이미 편집을 진행했다. 음악을 받은 뒤 2차 편집을 했는데, 편집 과정에서 별도로 싱크를 맞추는 과정은 없었다. 1차적으로 편집한 리듬을 거의 그대로 가져갔다. 각 작가들의 영상에서 나오는 소리를 어느 정도 활용할 것인가 회의도 했는데, 저는 제 영상이 가진 소리를 모두 소거했다. 음악 자체가 빽빽하기도 했고, 멀티로 상영될 때 다른 작가들의 소리가 개입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생각했다. 다만 2차 편집에서 추가된 장면이 있다. 50여 분의 음악 중 유일하게 음악이 아예 안 나오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에서 제가 소거했던 소리에 대한 코멘트를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촬영했던 푸티지를 다시 살펴서 녹음을 하는 장면을 삽입했다.

 

Q 작품에서 디지털 노이즈의 거친 입자가 계속 강조되던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A 나는 필름과 디지털 사이의 시대를 살았다. 저는 제가 경험했던 디지털 노이즈가 굉장히 자연스럽다. 다시 말해 어떤 매끈한 것과 노이즈가 모두 익숙한 세대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작품에서 노이즈를 활용하게 되었다. 원래는 고화질의 카메라를 사용하려 했으나 그게 고장 나는 바람에 고향에 내려갔을 때 친구들과 같이 공유했던 시기에, 10대 때 샀던 카메라를 가져갔다. 그 때 당시 나온 카메라로 촬영을 했더니 노이즈가 있었다. 핸디캠(가정용 홈캠)으로 촬영되었는데, 빛이 없으면 디지털 값 입자들이 증폭되며 노이즈가 심해지는 현상을 그대로 촬영하고 그대로 사용했다. 이전 작품 <PRISMA> 때도 그랬다. 저는 그것이 간혹 아름답다고 느껴져서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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