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9일 토요일, Asia Forum 리쥐촨 "건축적 실천으로서 비디오"

2016. 07. 09. SAT. 2:00PM. Asia Forum

 

리쥐촨은 1964년 중국 후베이성 샤시에서 태어나 1986년 우한 도시건축대학에서 도시계획을 공부했다. 이후 그는 1990년대부터 퍼포먼스, 비디오, 사진, 장소 특정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건축적 실천을 해오고 있다. 그는 이번 13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함과 동시에, “건축적 실천으로서 비디오”라는 타이틀로 <키카와의 동거>(1996), <우한에서 30분 길이의 직선을 긋다>(1998), <우한이공대학의 개>(1997), <21층은 얼마나 높은가?>(2008)를 상영하였다.

7월 9일 토요일 아시아포럼 섹션에서 그는 중국의 실험영화 계보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하고, 자신의 모토와 작품에 대한 해설을 이어나갔다. 중국 비디오 아트의 계보는 장 펠리(Zhang Peili)부터 시작한다. 그는 1988년부터 비디오 작업을 시작하여, 현재는 한국의 백남준과 같이 중국의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으며, 중국의 Fine Art Academy (China Academy of Art in Hangzhou)의 교수로 재임중이다. 장 펠리 이후 1990년대 중반으로 넘어오면서 중국의 현대미술계에서는 10명 내외의 비디오 작가가 거론되는데, 리쥐촨 역시 이 1세대의 작가 중 한명이다. 여기에는 양푸동과 수이안치도 속한다. 양푸동은 <백생천당 Estranged Paradise>(1993)이후로 비디오작가로 불리우기 시작하였으며, 쥐안치 Ju Anqi는 <베이징에 강한 바람이 분다 There’s a Strong Wind in Beijing>(1999) 로 제 50회 베를린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에서 수상을 하는 등 20세기의 중요한 중국 작가중 하나로 꼽히는 인물이다. 

리쥐촨의 초기작에서 비디오는 단순히 건축활동을 기록하기 위한 매체였다. 하지만 이후에 그는 (비디오)카메라를 단순히 기록매체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실현의 중요한 장치로 작동시킨다. 그는 나에게 건축은 신체와 신체가 처한 환경 사이에 일종의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고, 이 관계 역시 시간적인 것이기에 비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이러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즉, 그는 ‘(비디오)카메라로 건축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모두 원테이크이며, 소형 카메라로 촬영되었다. 영화 카메라보다도 소형 카메라를 사용하는 이유는 그것이 개개인의 은밀한 창작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이 우리의 신체와 일종의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 그러니까 본 것을 기록함과 동시에 신체적 움직임과 호흡, 떨림 등의 미세한 신체적인 움직임을 기록할 수 있다는 속성을 고려한 것이다. 서구에서 논의되는 건축학은 시각적이고 물질적인 것, 혹은 기하학적인 것이어서, 신체와의 접촉이나 시간과의 관계성이 배제되곤 하지만, 리쥐촨은 건축적 실천에 있어서 신체나 시간의 경험에 대한 논의가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키카와의 동거 Shacking up with Kika>
China/ 1996/ Color/ Stereo/ 100min/ VHS

이 비디오는 붉은색 벽돌 한 장이라는 대상(이것을 들고 있는 작가 자신의 신체)과 영화관람 경험의 상호관계를 기록한 작품이며, 스페인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1993년작 <키카>를 관람하는 동안 작가가 들고 있는 벽돌을 클로즈업으로 촬영한 원테이크 영상이지만 이번 영화제 상영에서는 그 중 일부만을 발췌하여 상영하였다. 

리쥐촨은 이 작품을 두고 자신이 비디오 작품을 창작함에 있어서 첫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설명을 시작하였다. “이 영화는 단순히 행위예술을 기록하던 것에서 비디오 작업으로 전향하게 된 전환점이 되는 작품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키카와의 동거> 이전에 진행했던 것 중에 벽돌 한장과 일주일동안 생활하는 작업하는 것과 같은 벽돌 시리즈가 있다. 이 영상도 벽돌 시리즈의 끝자락에 있는 작품이다.

또한 그는 영화의 기본 단위가 프레임이고 건축에 있어서는 벽돌이 기본단위이기 때문에 벽돌을 중요한 모티브로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 중국에서 붉은 벽돌이 중요한 재료이기 때문에 대상으로 선정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내가 중국 작가이기 때문에 붉은 벽돌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벽돌 자체가 건축에 있어서 기본적인 단위이기도 하지만 여러가지 다른 물질을 응집한 것이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고려했던 부분 중 하나는 벽돌이라는 기본적인 물체의 부피, 길이, 크기가 마침 한 손으로 들고 작업하기가 용이했던 점이다. 그래서 이 벽돌이라는 물체를 상징이냐고 물어본다면, 인체와 건축가의 관계를 구축함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고 할 수는 있지만 상징적인 의미가 벽돌에 과장되게 부여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이 <키카와의 동거>작품을 끝으로 벽돌 시리즈를 마감하였다. 이후에 나는 소형 카메라가 벽돌과 같은 원리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소형 카메라로 꾸준히 작업을 하였다.” 고 설명하였다. 

 

<우한에서 30분 길이의 직선을 긋다 Drawing a 30-misute Straight Line in Wuhan>
China/ 1998/ Color/ Stereo/ 30min/ VHS
이 작품 촬영은 가슴에 카메라를 설치한 상태에서 우한 도심의 보도블록을 수직선을 만들어가며 촬영한 작품이다. 도시에서 직접 거리를 거닐면서 얻은 사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작품으로, 나만의 방식대로 혼잡한 도시에 개입하고, 혼잡성으로 충만한 도시공간 속에서 나만을 위한 공간을 창조하는 것에 집중한 것이다. 

리쥐촨은 직선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하는 조건 때문에 어렵사리 카메라가 자전거 위를 지나가는 장면이 유머러스하게 다가왔다는 곽영빈 심사위원의 말에 “모든 실험영화는 유머러스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진지한 태도로 의미가 없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또한 이 작품은 시각적으로 직선을 긋는 것에도 의미를 두지만, 시간적으로 직선을 긋는 작업”이었다고 설명하였다. 

그의 작업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시간성’이기 때문에 사운드 역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또한 공공적 공간에서 나만의 공간을 발췌하듯이 촬영한 것이기 때문에 화면에 보이는 것이 다소 제한적으로 보일 수도 있음을 설명한다. 관객과의 대화 후 그와 나눈 대화에서 그는 ‘원래 직선을 긋는 도로 옆의 많은 상점들에서 크게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촬영하는 당일날 39도 가까이 온도가 높아지는 바람에 상점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나 북적거림을 만족스럽게 포착하지 못했다’고 고백하였다. 

 

<우한이공대학의 개 A WTU Dog>
China/ 1997/ Color/ Stereo/ 32min/ Hi8

<우한이공대학의 개>는 후베이성의 우한이공대학에 있는 개를 작품의 주인공으로, 카메라는 더 이상 이 대상을 기록할 수 없을 때까지 따라가는 영상이다. 리쥐찬은 이 작업에 대해 “이 영화의 제목은 루이스 부뉴엘의 <안달루시아의 개>의 제목과 유사하게 지었다. 이 작업을 다 완성하고 보니까 대상과 공간의 관계가 구축되어 있더라. 강아지와 저의 거리가 변하지 않는, 정지되어 있는 운동이라고 보일 수도 있겠지만 공간적으로는 변화하고 이동하는 관계가 구축되어 있음을 발견한 작품이다.”고 설명하였다. 

 

<21층은 얼마나 높은가?How high is the 21st floor?>
China/ 2008/ Color/ Stereo/ 6min/ DV
이 작품은 촬영 일주일 전인 2008년 11월 26일 상하이에서 처형당한 베이징의 젊은이 양 지아를 기리는 작품이다. 상하이 경찰 당국은 양 지아를 6명의 경관을 살해하고, 4명의 경관과 1명의 경비원을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양 지아는 상하이 지역 공안당국의 자베이 하위 기관 건물의 비상계단 1층에서부터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하여 마침내 21층에서 체포되었다. 

그런데 이 심오하고도 무거운 작품설명과는 달리 이상한 유머가 발동한다. 21층까지 힘겹게 올라가는 도중, 갑자기 노래를 부르는 여성이 나타난다던지, 헥헥거리는 작가의 숨소리가 그것이다. 이러한 지점에 대해 곽영빈 심사위원이 질문을 하였다. 이에 대해 리쥐촨은 “이 작품은 나의 다른 작품들과 차이가 있다. 작품의 배경 자체가 폭력적인 사회 사건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우연하기도 하고 공교롭기도 한 것이, 말씀하셨던 비상계단을 뛰어 올라가던 중 노래하는 여성을 만났던 것인데, 그 여성이 부르는 노래는 애국 민요이다. 하지만 이것은 전혀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니고 우연의 일치이다.”고 설명하였다. 

 

 

그의 작품은 관객에게 천천히 기반을 다지는 것에서부터 건축물을 쌓아올리는 것을 지켜보는 듯한 수련을 요구한다. 그 과정이 괴롭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외성과 디테일, 작가 개인의 건축적 실현을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신체에 대한 제 관심은, 건축적 본질에 관한 제 사유를 드러내는 것으로 제가 생각하기에 건축은 우리의 신체와 세계 사이에 놓인 것으로 시간적 형식으로 비디오는 신체와의 직접적 연결을 다루며 그러한 관계를 신체가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제 접근 방식은 이를 반대의 시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제게 있어 카메라를 매개로 하여 신체를 출발점으로 삼고 있으며, 이미지는 종착점이 아닙니다. 저는 제 신체를 수단으로 하여 시간적 형식으로 존재하는 개인적 공간을 생성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공간이 남긴 흔적의 존재가 되는 것은 이미지의 재현이 아닌 기록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지점에서 “카메라로 우리의 신체가 머무를 수 있는 장소는 과연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두칭춘(베이징 필름 아카데미 교수)과 리쥐촨의 대화, 2010, 베이징 뉴스타 출판, “Films are Just the Remains of Condu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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